도서출판 설교자하우스

설교심포니

한국에 소개되는 남아공 설교학

정창균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설교학 교수, 설교자하우스 대표)

이 책의 저자 요한 실리어스(Johan Cilliers)는 남아공 스텔렌보쉬(Stellenbosch) 대학교 신학부의 설교학 교수이다. 이 책이 이승진 교수에 의하여 번역되어 한국에 소개되는 것이 나에게는 두 가지 점에서 남다른 감회를 불러일으킨다. 첫째는 저자인 실리어스 교수와 번역자인 이승진 교수, 그리고 추천사를 쓰고 있는 나까지 우리 모두 같은 선생님인 스텔렌보쉬 대학교의 베델 뮬러(Bethel Müller) 교수님 밑에서 동문수학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실리어스 교수와 나는 같은 시기인 90년대 초에 뮬러 교수님 밑에서 설교학을 공부하였다. 그곳은 처음부터 끝까지 지도교수님과 일대일로 공부를 하는 제도였기 때문에 실리어스와 내가 강의실에서 서로 만날 기회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뮬러 교수님을 뵙기 위하여 같은 방을 드나들었다. 나보다 일 년 앞서 학위를 마친 실리어스는 그 후 뮬러 교수님의 자리를 이어받아 스텔렌보쉬 대학교의 설교학 교수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뮬러 교수님에게서 학위를 받고 그분을 학문적 아버지(Doctor Father)로 부르는 첫 번째 한국인 제자가 되었다. 우리는 지금도 서로를 Doctor Father, Doctoral Son 으로 부른다, 이승진 교수님은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나를 통하여 스텔렌보쉬의 설교학을 접하게 되었고, 결국 그곳으로 가서 나처럼 뮬러 교수님에게서 설교학 공부를 시작하였다. 몇 년 후 뮬러 교수님의 은퇴로 실리어스 교수님과 논문을 마치고 그의 Doctoral Son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나와 같은 학교에서 설교를 가르치는 나의 자랑스런 동료교수가 되었다.

이 책이 번역되는 것이 내게 감회를 불러일으키는 두 번째 이유는 남아공, 특히 스텔렌보쉬의 설교학을 한국에 소개한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 2002년에 당시 남아공대학교(UNISA)의 피터즈 교수의 책 “청중과 소통하는 설교(Communicative Preaching)”을 내가 번역한 것이 남아공의 설교학을 한국에 처음 소개한 것이었다. 피터즈 교수도 스텔렌보쉬에서 뮬러 교수님에게 설교학을 공부하고 학위를 받은 학자였다. 이런 점에서 이승진 교수가 번역한 이 책은 남아공 설교학, 더 정확하게 말하면 스텔렌보쉬 설교학의 두 번째 한국 소개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실리어스 교수는 현재까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대표적 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어서 그의 설교학이 한국의 설교학도들에게 미칠 유익에 더 큰 기대를 갖게 된다.

실리어스는 다양한 영역에서 제기되는 오늘 날의 전통적인 설교가 처한 위기상황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이 책을 시작한다. 그러나 설교에 대한 그의 위기의식은 “설교의 무기력” 혹은 “설교에 대한 불신현상”으로 요약된다. 그리고 그가 은연중에 지적하는 설교의 위기현상을 조장하는 중요한 요인은 설교자들의 설교관이다. 설교자 자신이 세상이 설교를 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행하는 설교에 대하여 회의적 시각을 갖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나는 설교를 신뢰한다”는 확언으로부터 그의 설교론을 시작한다. 그는 “설교는 교회의 심장”이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교회를 갱신한다면서 설교를 신중하게 검토하지 않으면, 교회는 어떤 식으로든지 아주 심각한 해를 당할 것이다”고 단호하게 경고한다. 그러나 동시에 설교에 대한 과대평가에 대하여도 그는 경계를 눚추지 않는다. 결국 그가 시종일관 견지하는 이 책의 의도는 설교자들이 설교에 대한 바른 이해와 확신을 갖게 하려는 것이다.

그는 전능자가 십자가에 매달려 죽음을 당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기독교 복음은 아주 어리석어 보이고, 완전히 난센스이고, 아이로니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 난센스가 아름다움으로 보이고, 그 처참한 죽음이 영광스러운 승리로 실감되는 데에 하나님의 복음의 신비가 있으며, 그것이 실현되는 현장이 설교라고 믿고 있다. 복음은 살아있는 것이고, 그 생명이 구현되는 통로가 설교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설교가 이것을 선포하지 않으면 설교자는 많은 말을 하고 있지만, 사실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는 것이며, 그렇게 되면 그들은 설교에 전문가답고 종교적인 연사가 될 뿐, 이들을 통해서는 더 이상 하나님의 복음의 신비가 전달되지도 않고 실현되지도 않는다고 결론짓는다.

그는 설교를 네 가지의 요소가 결합하여 이루어지는 역동성 있는 실체로 이해한다. 임재하시는 하나님의 음성과 성경본문의 음성, 회중의 음성, 그리고 설교자의 음성이 그것이다. 각 요소를 굳이 “음성(voice)”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것은 설교의 인격성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소통의 역동성과 설교의 입체적인 차원을 부각시키고자 하는 그의 예술가적 감각과 상상력에서 온 수사학적 의도의 반영으로 보인다. 난센스요 아이로니인 복음이 살아있는 음성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강단에서 이 네 가지 음성의 합류와 결합 그리고 상호작용이 이루어짐으로써 가능하게 되며, 그 때 설교는 복음을 살아있는 음성으로 실현하는 현장으로 작동하게 된다는 것이 사실상 그의 설교론의 핵심이다. 그러므로 그에게는 “네 가지 요소의 신학적인 통합”이 매우 중요하게 강조되는 개념이다. 이런 점에서 그에게 있어서 설교는 기적이고, 신비일 수 밖에 없다. 그는 이 네 가지의 요소가 성령의 역사로 말미암아 서로 결합하여 성경과 설교자를 통하여 특정한 회중에게 하나님이 자신을 드러내실 때 설교의 기적이 발생한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는 루돌브 보렌(Rudolf Bohren)의 그림자를 그에게서 감지하게 된다.

그가 “하나님의 임재 음성”을 살아있는 복음의 음성을 실현하는 설교의 중요한 요소로 제시하는 것은 설교자의 본문해석에 대한 중요한 의미를 함축한다. 그는 설교자는 성경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설교자는 단순히 본문에서 주해적이거나 역사적 혹은 문법적인 정보를 얻어낸다는 것 그 이상을 의미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성경 본문에 대한 역사적 문법적 및 신학적인 주해 작업은 결코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고, 성경 본문에 우리 귀를 기울여서 성경 속에 숨어 있지만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있는 하나님의 음성을 새롭게 듣고 그 분을 만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나아간다. 주해를 무시하거나 소홀히 여기지 않으면서, 그러나 설교자의 본문접근은 거기로부터 나아가는 다음 과정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은 깊이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박사과정의 공부를 하는 동안 뮬러 교수님에게 늘 들었던 말씀 가운데 하나는 설교학이 실천분야의 학문이라고 해서 신학적 본질에 대한 고민과 해석학적 통찰, 그리고 그것을 현장과의 관련성 아래서 통합하려는 시도를 담아내지 않는 것은 논문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는데, 실리어스 교수의 이 책에서 생생하게 확인하게 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설교의 신학적 본질에 대한 고민과 해석학적 통찰, 그리고 그것을 설교 현장과 연결하여 통합하고자 하는 진지한 노력을 이 책에서 확인하는 것이다. 더욱이 그동안 설교학 관련 서적들을 20권 가까이 번역하여 소개한 탁월한 설교학자인 동시에 번역가이기도 한 이승진 교수에 의하여 이 책이 완벽하게 번역된 것은 우리 모두를 위해서도 크게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책을 한국의 모든 신학도와 설교자들이 옆에 두고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본다. 새삼스럽게, 그렇게 아름다웠던 스텔렌보쉬의 거리와 인도양 바다가 끝없이 펼쳐지는 스트란드(Strand)의 모래 해변, 그리고 언제나 자상하고 예리하셨던 80대 중반의 선생님이 그리워진다.

2014년 7월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연구실에서